의지(依支)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의지하라 그는 너희의 도움이시요 너희의 방패시로다”(시편115:9)

여호와를 의지하라는 말씀과 여호와께 맡기라는 말씀은 쌍둥이같은 말씀입니다. 여호와의 도우심을 바라며 기대는 것과 우리가 가진 어려움과 문제들을 하나님께 맡겨서 더 이상 그 문제들로 인한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그 모든 과정이 비슷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우리를 위해서 해 주신다는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하나님이 선포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힘이 되고 묵상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낍니다. 내게도 의지할 분이 있으니까요.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이젠 천하에 고아와 같은 신세가 되어도 나의 삶을 기대어도 될 분이 있고, 찾아가서 안길 수 있는 분이 있고 그리고 내 편이 되어주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홀가분해지고 삶에 잔잔한 담대함이 일어납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도, 아무도 내 마음의 깊은 이 고민을 들어줄 수도 없고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일지라도 하나님은 ‘그것을 내게 맡겨라’고 하시고, 심지어 ‘아예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것처럼 내게 다 던져 버리라’고 하시니 그 말씀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고 힘을 얻습니다.

세상살이에 걱정 한두가지 없는 삶이 어디에 있으며 문제 한두가지 갖고 있지 않는 가정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것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 먼저 내게 제안하시기를 하나님께 의지하라고 하시고 맡기라고 하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만큼 많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의지한다고 해놓고 필요할 때만 기대고, 맡긴다고 해 놓고 나의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그런 것처럼 하나님을 이용하는 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작 그렇게 의지하라고 하시고 맡기라고 하신 하나님은 나의 필요에 따라 적당하게 이용해도 좋은 도우미나 회원권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서 “그는 너희의 도움이시요 너희의 방패시로다“는 말씀에서 <방패>라는 말이 크게 다가옵니다. 방패는 위험을 막아주는 도구이고 전쟁터에서는 특히나 적들의 칼과 창 혹은 화살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무기입니다.

그런데 그 방패는 <자신이 들고 있을 때에만> 효과적인 무기이자 도구라는 것이 마음에 크게 와 닿습니다. 그 방패가 아무리 단단하고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고 온 몸을 다 가려줄 만큼 크게 만들어서 이보다 더 안전한 방패는 없다고 해도, 그 방패를 내가 들고 있고 붙잡고 있지 않은 이상 그 도움을 나는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의지하라고 하시는 그 하나님을 방패를 붙들 듯이 그렇게 붙들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라고 하시는 그 하나님을 방패를 꽉 쥐고 결코 놓지 않듯이 그렇게 하나님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의지하며 맡기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다져 봅니다. 오늘도 그렇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염려가 되는 문제들은 하나님께 맡김으로, 방패의 안전함과 도우심의 귀한 손길을 누리는 평강의 날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